보건소에서 나눠준 피임약 먹고 임신된 170명의 여성들 논란

아이를 잉태하는 것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입니다. 그러나 만약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정말 고민되고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나의 피임이 미흡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나를 탓해야 하겠지만 꼬박꼬박 피임을 잘 해왔는데 이런 일이 생긴다면 더욱더 황당할 것 같은데요. 현재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있어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남아메리카의 칠레입니다.

현재 칠레에서는 약 170명의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낙태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바로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했거나 태아나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만 낙태가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들은 왜 임신을 하게 된 것일까요? 보건소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피임약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칠레에서는 서민들을 위해 피임약을 무상으로 분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배하는 피임약 중의 하나는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의 자회사인 실레시아가 제조한 피임약 '아눌렛 CD'였는데요. 이 피임약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눌렛 CD는 다른 피임약과 마찬가지로 노란색 실제 피임약 21개와 파란색 위약 7개가 한팩으로 구성되어 있었죠. 문제는 알약 자체가 아니라 이 피임약의 포장이었습니다. 실제 피임약이 들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위약이 들어가 있었고, 위약이 들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실제 피임약이 들어있는 등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칠레 보건당국에서는 보건소 직원으로부터 지난 2020년 3월 이에 대한 신고를 받았습니다. 이에 특정 제조단위 제품 13만팩 이상을 리콜 조치했죠. 이후 이를 트위터로 알렸는데요. 실제로 리콜을 받은 소비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한 달 후 또 다른 제조단위 제품에서 결함이 발견되었습니다. 보건당국에서는 실레시아의 제조 허가를 일시 중단하기에 이르렀는데요. 그럼에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실레시아에게 제조 허가를 다시 내주었습니다. 제조 결함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의료인들이 불량 제품을 걸러낼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이 불량 피임약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들이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원치 않게 임신을 하게 된 한 여성은 자신이 복용한 피임약이 회수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는데요. 이후 보건센터를 찾아가 낙태 시술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보건센터에서는 이런 경우는 낙태 사유가 아니라며 이 여성의 낙태 요구를 거부했죠. 이 여성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재판부에서는 이 여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건센터에게 '낙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라고 명령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커지고 이로 인해 출산을 한 여성들까지 속출했는데요.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 2월 뒤늦게 실레시아에 6억 650만 페소, 우리 돈으로 약 1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그뤼넨탈의 대변인은 '경구 피임약의 효과는 100%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고, 칠레 보건당국 관계자 역시 '피임약의 효능은 항생제, 술, 담배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상황입니다. 

한편 현재 남아메리카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1월부터 낙태가 합법화 되었는데요. 이후 칠레의 여성 국회의원들도 낙태 시술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