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사연자 A씨는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A씨는 공무원이고 남자친구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죠. A씨는 결혼 생각이 확고하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비혼주의자는 아니었고, 남자친구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다고 하는데요. 이에 A씨에게도 결혼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고, 그때마다 A씨는 '결혼은 나에게 너무 먼 이야기'라고 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A씨에게 남자친구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죠. 반면 A씨는 작은 일에 하루를 망치는 멘탈이 약한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남자친구는 그릇이 크고 멘탈이 건강한 사람이었죠. 이에 남자친구와 연애를 할수록 '이 남자와 결혼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A씨 커플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집안 차이였습니다. A씨 커플이 사는 곳은 지방이라고 하는데요. 남자친구가 유명한 지역 유지의 아들이었던 것입니다. 남자친구의 아버지는 지방에서 매우 유명한 분이었는데요. 가게를 운영하는 동네의 아는 아주머니와 인사하는 남자친구에게 '아시는 분이냐'라고 물었더니 남자친구는 '그냥 아는 분'이라고 답했고, 이후 A씨는 이 동네 아주머니에게 남자친구의 아버지에 대해 듣게 된 것이었죠.
남자친구의 아버지는 건물, 땅 등 이 지역 부동산 쪽으로는 꽉 잡고 있다고 하는데요. 물론 A씨는 남자친구에게 집안에 대해 묻지도 않았고, 남자친구도 딱히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A씨는 그냥 '평범한 집은 아니구나' 짐작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A씨의 집안은 남자친구의 집안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명의로 가지고 계시는 집 하나가 전부고, 뭔가를 물려주실 만큼 돈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다행인 건 빚은 없고, 가진 거라곤 '화목함' 밖에 없는 집이었습니다.
A씨는 동네에서 놀다 우연히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뵌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딱 봐도 좋은 옷, 좋은 가방, 좋은 차 등 모든 것이 다 좋고 비싸 보였습니다. A씨는 그때 처음으로 남자친구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고, 부모님은 A씨의 인적 사항에 대해 묻지 않으시고 '좋은 사이로 지내라'고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A씨가 짐작컨데 이런 집안 차이 때문에 남자친구 부모님이 자신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실 것 같았습니다.
이후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뵙고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한 A씨. A씨의 또 다른 난관은 남자친구 가족이 키우는 강아지였습니다. 이 강아지는 거의 남자친구 어머니의 '보디가드'라고 하는데요. 어머니 앞에 딱 서서 상대방이 손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면 으르렁 거리며 어머니를 심하게 보호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실제로 물린 사람도 있고, 어머니가 장난으로 '아빠가 나 괴롭힌다'라고 하면 남자친구의 아버지에게 최소 3일은 짖고 경계하고 난리가 난다고 하네요. 남자친구도 강아지에게 물린 적이 있고, 할퀴는 것은 기본이었죠.
이에 남자친구는 A씨에게 강아지에게 물리지 않는 방법을 이야기해줬습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강아지가 얌전하면 그때 자리에 앉을 것 등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었죠. A씨는 그동안 남자친구가 강아지에게 물린 것을 봐왔기에 무서운 마음으로 남자친구의 집에 갔습니다.
드디어 남자친구의 집으로 들어선 A씨. 갔더니 강아지는 방묘창 안에 들어있었습니다. 문소리가 들리니 강아지는 앞에 와서 앉아 있었는데요. 순하게 생겼는데 폭력성이 있다니 A씨는 더 긴장했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는 짖지도 않았고, A씨에게 별 관심도 없었습니다. 강아지는 A씨를 한번 보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A씨는 언제 이 강아지가 돌변할지 몰라 계속 긴장하고 있었죠.
현재 A씨도 14살 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요. A씨가 어렸을 때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고, 그 강아지가 또 낳고 몇몇 강아지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보내고 마지막으로 남은 강아지였습니다. A씨도 고양이 세 마리,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어 어느 정도 동물을 알지만 다른 사람 손에 키워진 강아지들까지 케어할 능력은 없다고 하네요.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과일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솔직히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결혼 이야기는 일체 없으시고, 오겠다고 했으니 얼굴 정돈 본다는 분위기였죠. A씨는 애초에 기대도 없었고, 결혼은 못해도 그만이라는 생각도 들고, 분위기가 이런 상황에 굳이 저자세로 나가지 말고 당당하게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아무튼 빨리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죠.
순간 사납다던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강아지는 꼬리를 모터처럼 흔들며 방묘창 앞으로 왔다고 하는데요. A씨는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웠습니다. 남자친구 부모님은 신기한 표정으로 봤고, 남자친구는 불안해하며 봤죠. 일단 철창이 있으니 안전하기는 했지만 만지지는 않았고 A씨는 강아지를 보고 우쭈쭈하며 예쁘다고 해줬는데요. 이 강아지는 갑자기 배를 보여줬다고 하네요. 순간 A씨는 겁도 없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고 하는데요. 이 강아지는 A씨의 손을 비비고 핥고 난리가 났습니다. A씨 집에 있는 강아지도 이만큼 A씨에게 친절하지는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후 A씨와 남자친구는 결혼 이야기를 일체 하지 않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A씨는 남자친구가 결혼을 바랐기에 A씨와 만나는 것이 시간 낭비일 것이라 짐작했는데요. 이에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부모님이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하셨다'라며 의외의 말을 꺼냈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 황당했는데요. 그 사나운 강아지가 A씨에게 짖지도 않고 심지어 배를 보여주고 꼬리 친 것이 신기해 A씨가 계속 생각이 났던 것이었죠.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점집까지 갔는데요. 점집에서는 '아주 지독하고 똑똑한 여자라 자기 가족은 배신 안 하고 안 굶긴다' '이 여자랑 살면 돈이 모인다'라고 했다고 하네요. A씨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웃기고 여러 감정이 교차해서 표정관리를 못하고 있었지만 남자친구는 드디어 허락받았다고 좋아했습니다. A씨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