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피해도 나는 결혼한다' 필리핀 화산 폭발을 배경으로 만든 결혼식

며칠 전 필리핀 마닐라 인근에서는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무려 10km가 넘는 높이의 화산재 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고 하는데요. 폭발한 곳은 바로 마닐라에서 65km 떨어진 곳에 있는 탈 화산이었습니다. 필리핀 당국에서는 화산 반경 14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으며,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가 활주로를 뒤덮으며 마닐라 공항의 항공기 운항도 전면 중단되었죠. 그러나 이런 난리 속에서도 인륜지대사는 계속되었습니다.

필리핀의 치노 바플로(Chino Vaflor), 캣 팔로마(Kat Bautista Palomar) 커플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화산이 폭발하던 날 화산에서 불과 10km 떨어진 곳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결혼식이 진행되던 순간 화산은 폭발했으며 재와 증기가 공중으로 날리기 시작했죠.

결혼식 사진 기사였던 랜돌프 에반(Randolf Evan)은 이 순간을 사진으로 담았으며 많은 사람들의 재앙이었던 이 화산을 순식간에 멋진 웨딩 배경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 과정이 매우 재밌었다고 하는데요. 화산이 폭발하며 흰색이던 배경이 노란색으로, 분홍색으로, 그리고 회색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사진 기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혼식이 시작될 때 '주의 경보 2' 단계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혼식이 진행되며 주의 경보는 4까지 올라갔다고 하네요. 그리고 주의 경보 4단계가 되었을 때 웨딩 플래너가 이 주인공 커플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합니다.

이 결혼식은 소규모였기에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만 참석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화산 폭발에도 불구하고 매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결혼식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결혼식 뒷부분은 생략되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댄스 타임' '스피치' 등은 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한편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에 따르면 며칠 안에 또 한 번의 폭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대규모 폭발 발생 시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 대사관에서도 탈 화산 분화구 반경 14km 이내의 교민 및 관광객의 대피를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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